UX가 어려운 이유 — 미묘한 용어들

UX인 듯 UX 아닌 UX 같은 표현들

UX가 어려워 보이는 네 번째 이유는, 모호한 경계만큼이나 미묘한 차이를 가진 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늘어나면서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인터랙션 디자이너처럼 그 말이 그 말 같은 아리송한 역할 표현이나 용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알아도 아는 것 같지 않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분야의 리터리시(literacy) 문제가 분야 접근을 가로막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미묘하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다. 첫째, 철자 조차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둘째, 각 용어가 설명하려는 대상이 서로 많이 중첩(huge overlap) 되어 있다보니 교체 사용(interchangeable)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헷갈리는 경우다.

첫 번째의 경우는 구별해서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두 번째의 경우다. 사실 정답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설명하는 사람마다 강조점이 다르면 내용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용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가급적 사용 시에 오해가 없도록 전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제시된 각 용어들은 책 한 권 분량으로 설명을 해도 부족한 용어들이다. 따라서 각각의 용어에 대해 깊이 파고들기 보다는 용어들 사이 관계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는 위주로 설명하고자 했으니 참고 바란다.

UX vs. HCI: 인간 그리고 기계와 컴퓨터

사실 UX라는 용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비슷한 개념들은 이미 있었다. 학계에서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라는 학문 영역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HCI는 말그대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UX 개념은 UI에서 비롯되었다. 이 UI는 사실상 인간과 기계가 만나 상호작용하는 접합면이다. HCI도 UI, UX도 필연적으로 인간과 기계 두 대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개념이다.

이때 UI에서의 인터페이스 개념도 좁게 보느냐 넓게 보느냐에 따라 지칭하는 대상이나 범주가 다를 수 있다. 좁게 보면 인간과 기계 사이를 의미하지만, 넓게 보면 인간과 각종 도구까지도 확대해서 볼 수 있다. 컵이나 문에 달린 손잡이, 의자, 물통, 책, 수저 등 일상적인 용품들도 광의적인 인터페이스 사례들이다. 실제로 교과서 상에 등장하는 UI, UX의 사례에서는 디지털 기기나 환경보다는 이러한 일상용품이나 상황을 이용한 설명도 많이 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인간과 기계로 돌아와서 과거 초창기의 시계, 공장 기계, 자동차, 컴퓨터 등을 떠올려보자. 처음에 이런 기계를 만들 당시에는 잘 동작하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기계가 의도대로 잘 동작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고, 이렇게 어렵게 만든 기계를 움직이고 조작하는 인간과 관련된 인터페이스에 열과 성을 다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계 뿐만 아니라 이를 다루는 인간과 관련된 영역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한다. UI가 UX를 낳은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용어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Human Machine Interface, HMI)

과거에는 맨 머신 인터페이스(Man Machine Interface, MMI)라는 표현도 있었다고 한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MMI, HMI, GUI는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장의 기계를 움직인다고 하면,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물리적인 장치나 명령을 입력하거나 모니터링을 위한 화면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을 대시보드(dashboard)라고 부르며,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UI, UX가 관여하는 이들 영역을 여전히 HMI라고 부른다. 마치 음악에서 어떤 장르의 명칭이 특정 나라나 지역을 연상시키듯이 이러한 용어 역시도 시대나 도메인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제품이나 서비스 관점에서는 그 경계가 애매할 수 있겠지만 HMI가 기계공학에 가깝다면, HCI는 전자공학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본래는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작용 연구 분야는 CHI(Computer Human Interaction)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후 인간을 더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순서를 바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CHI로 불리던 시절에 CHI 학회가 만들어졌기에 학회명은 전통을 따라 지금까지도 CHI로 유지되고 있다.

즉, CHI와 HCI는 사실 같은 이름이다. 위에서 설명한 시대상의 흐름이 반영된 흔적일 뿐이다. CHI 학회, HCI 학회는 UX 관련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인정받고 있다. 데스크 리서치로 접근하기 어려운 전세계 연구자들이 UX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눈여겨볼 좋은 이벤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HCI 학회가 열리고 있다.

UX와 HCI 차이점

중첩된 영역이 많아 구분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UX라고 학계에서는 HCI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좀더 들여다보면, 아무래도 HCI는 순수하게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학문 영역이다. 따라서 ROI 측면1)1이 최우선 시 되지는 않는다. 즉, 비즈니스 측면보다는 우선은 학문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UX는 비즈니스 측면이 매우 중요한 한 축이다. 많은 준비생들이 UX 분야와 비즈니스와의 밀접성을 간과하곤 한다.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든 노력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가격 또한 사용자에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유독 신경쓸 지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적인 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아무리 좋은 UX일지라도 이러한 현실적 이유로 실제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

UX vs. UCD: 사용자가 포함된 비슷한 용어들

사용자 (User) vs. 인간 (Human)

UX는 최종 사용자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분야이다. 사용자란 곧 인간이다. UX 이전에도 사용자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D해야 한다는 철학이나 흐름은 이미 있었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 UCD) 그리고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HCD) 이 바로 그것이다. 근데 그 말이 그 말처럼 느껴진다.

사용자와 인간이라는 용어 차이가 핵심이다. 어떨 때는 사용자, 어떨 때는 인간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혼용이 많다보니 이를 구분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관련된 책과 인물 중심으로 풀기에도 명확히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다보니 한계가 있다. 여기서는 의미 중심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 (User-Centered Design, UCD)

사용자란 사용의 주체이다. ‘무엇을’이 생략되어 있다. 반드시 사용 객체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개념이다. 이때 주체와 객체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놓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사용자는 누구인가? 면허가 있는 운전자만이 사용자인가? 만약 사용자의 운전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면허뿐만 아니라 운전을 하기에 신체적으로 불편하거나 불리한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이 경우 특수장치로 운전석을 개조하면 몸이 불편한 분들도 어느 정도 운전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면허가 있는 이 분들까지가 사용자일까?

그렇게만 볼 수 없다. 면허는 없지만 탑승객으로서의 자녀 또한 사용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자동차가 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엠뷸런스라면? 연예인들이 타는 승합차라면 어떨까? 수갑을 찬 범인도 탈 경찰차라면? 운구행렬과 관을 싣는 장의버스라면 어떨까?

이처럼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디자인D의 대상인 사용 객체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용자란 단순히 주체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사용 환경이나 맥락까지 포함된 개념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사용자를 직접 제작 과정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결국 사용자를 통해 대상의 속성을 구체화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사용자를 중심에 놓고 디자인D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편 사용자라고 하면 다소 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는 접근성(Accessibility) 기능이 있다. 눈이 불편한 분들의 경우 이 기능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아예 사용이 어려운 분들도 있을 수 있다. 사용자란 표현은 이렇듯 대상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국한짓는 다소 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인간 중심 디자인 (Human-Centered Design, HCD)

반면 인간은 훨씬 보편적인 개념이다. 물론 사용자 경험 디자인D의 사용자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보편성을 간과하는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 중심 디자인D은 사용자이기 이전의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나 인간 본성과 가치를 보다 강조한 개념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사용자 중심 디자인D보다 훨씬 아름다운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매킨토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 래스킨(Jef Raskin)의 저서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Humane Interface)> 인간 중심 디자인D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MIT의 디자인에 의한 리더쉽: 혁신 과정과 문화(Leadership by Design: Innovation Process and Culture) 과정이나 디자인D 컨설팅 회사 IDEO의 혁신을 위한 인사이트(Insights for Innovation) 과정 등에 인간 중심 디자인D의 기본적인 원칙을 익힐 수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IDEO의 경우 자체적인 디자인D 방법론으로도 유명한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 중심 디자인 툴킷(Human-Centered Design Toolkit)이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ric design)은 주로 사용자가 플랫폼과 직접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두다보니 감정적인 공감 측면에 있어 소극적인 접근법으로 보일 수 있는 반면,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ric design)에는 정서적 또는 심리적 선호 또한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IDEO에서는 이러한 인간 중심적 접근법을 통해 혁신 활동에 접목하는 방법론으로써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디자인인가 UX인가

UCD, HCD, 디자인 씽킹은 디자인D을 대하는 접근법, 프로세스를 지칭하는 명칭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래픽 디자인d, 편집 디자인d, 영상 디자인d, 패션 디자인d 같은 과목이나 분류와는 결이 다른 용어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UX와 가깝다. 용어의 의미 측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기도 하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UX는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을 다루는 것임에도 현업에서는 줄곧 디지털과 관련된 영역으로 축소인식되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 즉, UX은 주로 스크린 기반의 UI가 포함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주로 통용된다면 UCD, HCD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구애없이 통용 가능하다.

사용 주체의 확장 가능성

용어와 관련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도구가 전부 인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인간 중심적인 것이 거시환경적으로 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관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밥그릇, 옷, 장난감 등의 사용 주체는 누구인가? 당연히 반려동물이다. 인간은 소비자 혹은 준 사용자쯤 된다. 밥그릇을 들고 움직이고 씻고 하는 등의 일부 행위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백히 주 사용 주체는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만드는 것에서 조차 인간 중심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간 공학이라고 불리는 분야는 인간의 신체 사이즈와 가동 범위를 정형화해서 도구나 주변 환경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집중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제품을 위해서 굳이 없는 표현을 만들자면 ‘반려동물 공학’이 차라리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래에는 이러한 사용 주체 표현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리라 본다. 반려동물보다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시대가 되면 때론 그 사용 주체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에서는 운전자라는 개념은 희미해지고 탑승객이 자동차 사용자를 뜻하는 일반 개념으로 바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차량과 보행자와의 새로운 관계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도시에 이러한 자율주행 차량과 로봇이 사람들과 어우러진 풍경에서라면 사용자라는 개념만으로는 부족한 진짜 Human Experience 내지는 Citizen Experience 등이 신조어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용어의 변천사와 그 추세만 보더라도 가까운 미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용어가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들이 시니어가 되었을 때는 지금은 알 수 없는 이 새로운 용어에 대한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거나 답변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여러분이 이 용어를 창안하는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UX vs. SD: 디자인이 포함된 비슷한 용어들

제품이란 물리적인 속성을 지닌 물건들이다.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은 구체적 형상이 있고 이것을 사고 파는 것이다. 서비스란 물리적인 속성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전화 상담원, 승무원, 안내원 등 주로 사람에 의해서 제공되는 무형의 재화이다. UX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서비스란 좁게는 웹이나 앱 그 자체를 일컫기도 하고, 앞서 살펴봤던 고객 경험(CX) 수준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서비스 디자인 (Service Design, SD)

길게는 서비스 경험 디자인(Service Experience Desig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UX 못지 않게 다양한 버전이 있다. 개념적으로 UX와 중첩된 영역이 가장 많은 용어가 아닌가 싶다. 때문에 사실상 구별이 어렵고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굳이 논하자면 CX나 BX 만큼이나 넓은 바운더리를 가진다고 보면 대체로 유효하다. 특히 용어의 발원지가 유럽이다보니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 버전의 UX라고 캐주얼하게 이해했던 적도 있다.

통상 우리가 제품을 디자인D하게 되면 사람과 사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할 지가 관건이다. 서비스 디자인D은 사람과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까지도 연결하는 더 큰 시스템을 설계하는 행위이다. 결론적으로 UX와의 차이는 UI 밀접도가 어떠한 지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팝업 스토어를 디자인D 한다고 가정해보자. 개인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등을 통한 디지털 인터랙션도 부분적으로 있을 수 있겠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람과 사물 간의 인터랙션인 UI, UX가 중요해보인다. 하지만 이를 포함한 거시적인 팝업 스토어의 공간 기획과 구조물 등 구체적인 설계까지 고민이 필요하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통합된 전체 서비스,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

전체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의미는 소비자가 경험할 동선이나 실질적인 서비스 같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차원 뿐만이 아니라 이를 구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시스템 본질적인 영역까지 아우르는 표현이다. 때문에 UX에서 이야기하는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 못지 않게 각 요소마다 발생가능한 접점(touch point)에서 예상되는 이벤트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저니맵(Journey Map)2,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 같은 프레임워크가 이를 시각화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떠나 준비생 중에는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영국 디자인위원회가 개발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Double Diamond Model)3부터 떠올랐을 수도 있겠다. 포트폴리오 준비나 석사 프로젝트에서 기획의 전체 스토리라인을 잡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다. 최근 디자인위원회에서는 시대에 맞게 더블 다이아몬드 2.0으로 모델을 정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훨씬 더 다양한 상황을 포함해 활용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관련해서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 자격검정이 현재 실행 중이다. 아직은 얼마 되지 않아 실효성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분야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어떤 지식을 알아야 하는지를 익히기에는 좋은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기획 (Service Planning)

어떤 의미에서는 설명이 가장 어려운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인데, 서비스 기획과 UX의 관련성은 외부의 시선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취업 사이트나 박람회 등에서 수많은 분야를 분류할 때 서비스 기획과 UI, UX가 하나의 그룹으로 묶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준비생들에게는 같은 분야로 생각할 여지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획이라는 것은 계획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실행 그 이전까지의 과정을 뜻하곤 한다. 이 기획이라는 표현도 포괄적인 의미로 쓰일 경우 거의 디자인D과 같은 의미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서비스 기획은 곧 서비스 디자인D처럼 되면서 자연스럽게 UX와 비슷한 분야가 되는 것 같다.

일단 회사에서의 기획 업무는 프로젝트의 초반에 계획과 밀접하다. 기획자의 역할은 공식적으로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 중이면 사실상 손을 떠나는 셈이 된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큰 기획일 경우 기획이라는 역할은 비용과도 관련이 깊어진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원재료를 구매하는 것이다. 구매는 이후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러한 기획적 역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UI 기획과는 사뭇 다른 영역이다.

서비스 디자인D과 UX의 실무적 차이를 굳이 논하면 UI 밀접도라고 요약했다. 기획 업무에 있어서실질적인 UI 설계 업무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전통적인 기획의 역할인지 UXer에 가까운 역할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모집공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PO vs. PM vs. PD: 숨은그림찾기 만큼 비슷한 용어와 역할

프로젝트 (project) vs. 프로덕트 (product)

프로젝트 리더(Project Leader, PL)는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 역할을 뜻한다.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PM)는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사람, 역할을 뜻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개발 프로세스 측면과 긴밀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우선 프로젝트(project)는 커다란 일 덩어리, 연구 과제 등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회사A가 프로젝트A라는 이름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발족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거시적인 전체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이름으로 그 안에 여러 개의 하위 프로젝트가 쪼개져 포함될 수 있다. 이때 프로덕트(product)란 위의 경우라면 전기자와 같은 명확한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 된다.

그럼 프로젝트와 프로덕트의 차이는 뭘까? 다시 전기차 프로젝트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프로젝트A는 훌륭한 전기차만 만들다고 해서 효용가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전기차를 위한 충전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고, 전기차 판매를 위한 유통망이나 마케팅 프로모션 등도 함께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프로덕트에 집중하는 담당자나 조직 입장에서는 프로덕트의 품질이나 완성도를 챙기기에도 급급하다. 프로덕트가 다분히 완성품이나 런칭할 서비스 그 자체에 집중된 표현이다보니 그외 연계된 제반 시스템, 여러 이해관계와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적인 프로세스 관리 등 프로덕트와 프로덕트를 연결하는 역할도 중요해진다.

이렇듯 프로덕트 외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역할 수행을 하는 프로젝트의 윤활유라고 볼 수 있겠다. 이는 제조업 프로세스 중심적으로 봤을 때의 설명으로 서비스업 측면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Product Designer)

제품을 디자인D하는 사람을 뜻한다. 제품 디자이너d와 헷갈릴 수 있는데, 우리 일상용품부터 시작해서 가전제품까지 모든 종류의 제품의 외관 형태를 디자인d하는 분야는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으로 부른다. 여기서의 프로덕트 디자인에서 제품이란 서비스, 앱 같은 사실상 디지털 프로덕트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UX가 독립분야라고 보기엔 목표에 가깝다고 했는데, 기존의 무슨 무슨 디자인d 혹은 디자인D과 비슷한 속성의 조어법으로 만들어진 용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미 설명한 UI/UX, UX/UI 디자인D, 인터랙션 디자인(IxD)과 영역이 거의 포개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직 체계 하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D는 제품을 중심으로 업무 영역이 구성된다는 차이가 있다. 보통 전통적인 프로세스는 단계별로 기획부터 제품 완성까지 순차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된다. 그리고 이러한 진행 과정에 맞게끔 조직 구조가 짜맞춰져 있다. 스타트업이나 서비스 업계에서는 제조업보다는 민첩한 업무 프로세스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사의 조직 구조와 시스템이 커다란 프로세스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 때론 소모적이 되곤 한다. 때문에 보다 직관적으로 제품이나 기능 단위로 조직을 구성하고 그 안에 각 단계별 담당자가 따로 보인 독립적인 조직으로 단위를 구성하곤 한다. 이러한 조직에서의 UI, UX 역할을 담당하는 역할을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부르곤 한다.

프로덕트 매니저 (Product Manager, PM)

프로덕트 매니저는 매니저라는 이름에서 처럼 프로덕트 디자이너, 개발자 등과 함께 이들을 중간에 조율하고 목표 수준을 정립하고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PM은 프로덕트 매니저도 있고 프로젝트 매니저도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관리의 대상이 프로젝트인지 프로덕트인지의 차이로 구분하면 된다. 사실상 모든 회사가 이 용어를 통일성 있게 사용하지도 않는데 근본적으로 조직 구조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요에 의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지닌 조직 구조라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필연적으로 있을 확률이 높다.

프로덕트 오너 (Product Owner, PO)

흔히 PO라고 더 많이 쓰는 Product Owner는 ‘미니 CEO’라고 부를 만큼 책임과 권한이 많고 또 중요한 역할이다. 프로덕트 매니저와 더불어 현업의 관점에서는 여러 역할 갈등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사실상 프로덕트 오너가 모든 것을 의사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중심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때론 용기가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PM이나 PO가 되고 싶다는 질문도 있는데, 업무 속성상 여러 분야의 업무에 대해 이해도가 필요하고 특히 규모있는 프로젝트를 다뤄본 경험이 필요하다. 적어도 경력이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회사 근속기간이 어느 정도 되거나, 업무 사이클 전반적인 경험과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러니 신입에게 PO의 역할이 주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고, 커리어 중후반에 역할을 바꾸어 안착하는 방향으로 전개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보인다.


  1. Return On Investment: 투자한 만큼 수익이 났는지 투자수익률을 뜻함 ↩︎
  2. 저니맵(Journey Map): 사용자의 서비스 또는 제품 이용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도구로, 각 단계에서 경험, 감정, 기대, 문제점을 분석하여 개선점을 도출하는 데 활용 ↩︎
  3.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Double Diamond Model): 발견(Discover)-정의(Define)-발전(Develop)-전달(Deliver) 단계를 통해 수렴과 발산을 반복하면서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디자인D 프로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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