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편의성이 좋으면 UX도 좋은걸까?
UX가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을 다룬다고 하지만 그 연원은 UI이다. 그렇기 때문에 UX 디자인을 한다는 것의 기본 또한 UI의 기본인 사용성이 그 중심이 되곤 한다. 그러니 오늘날 UI, UX 직무에 해당되는 역할을 과거에는 Usability Engineer라고 했던 이유가 수긍이 간다.
원론적으로 사용성이 좋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경험의 주관성에 의하면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 가치 판단의 결과이다. 내겐 편하지만 남은 불편할 수도, 또 그 반대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특정 다수가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적정 사용성, 객관적 사용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용성을 바라보는 두 축의 시선
통시성은 역사적으로 여러 시대에 걸쳐 두루 나타나는 특성을, 공시성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특징을 뜻한다. 사용성을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즉, 통시성은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인 ‘인문학’과 관련이 있다면, 공시성은 흔히 이야기하는 ‘트렌드’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변치 않는 귀차니즘을 해결하라
인문학적 인간 본성이라고 하니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나 싶겠지만, 여기서 다루고 싶은 인간 본성이란 ‘게으름’, ‘귀찮음’이다. 솔직히 게으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실함이란 본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게으름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하는 모습이자 결과이지, 태생적으로 게으르지 않은 사람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의 이런 본성을 건드리는 사용성의 핵심이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것, 사용자가 할 노력을 줄여주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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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마존의 ‘원클릭’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이러한 원클릭의 연장선 상에서 사용 절차를 간소화하고 줄여주는 UX는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특허로도 등록했던 아마존만의 차별화 UI, UX 전략이었다. UI 관점에서는 뎁스(depth) 혹은 단계(step)를 줄인다고 표현한다. 무엇을 어떻게 줄이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쉽게 ‘자동화’라고 이해해도 괜찮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 시스템 재부팅이 필요할 경우 과거에는 사용자에게 수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Firmware Over-The-Air, FOTA)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과정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제는 아예 업데이트 자체를 알아서 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더 이상 시스템 업데이트 행위는 사용자의 일 조차도 아닌 시대가 된 셈이다.
둘째, 사용자가 할 노력을 줄여주는 것이다. 자동화랑 거의 비슷하긴 한데 초점이 인지적 부하(cognitive workload)를 낮추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번 해야 할 동작을 하나의 동작만으로 한 번에 처리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이 얼굴에 향하면, 화면이 커지면서 안면인식을 통해 잠금해제까지 한 번에 진행되면서 어차피 해야 할 잔동작을 줄여준다.
단, UI와 UX는 사용자와 관련된 겉으로 드러나는 영역인 프런트엔드[1] 측면을 다룬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를 대신 수행하는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구축돼야만 한다. 즉, 백엔드[2] 개발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개발 복잡도나 난이도가 높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구현 가능성(feasibility)까지 함께 검토해야 실효성이 생기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트렌드에서 패턴으로
UI에도 트렌드가 있다. 때론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아예 다수의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하나의 패턴처럼 채택돼 정착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과 무슨 무슨 모피즘[3], 머티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 플랫 디자인(Flat Design)처럼 GUI, UI, UX에 걸친 종합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UI 구조적인 면을 다룰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서 스냅챗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스냅챗 22년 업데이트 기능 소개 화면 (출처: 스냅챗 뉴스룸)
스냅챗이 미국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때 제2의 페이스북으로까지 불렸다. 급기야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카피캣인 슬링샷으로 대항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유사한 앱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 또한 그렇게 처음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스토리 기능이 안착하면서 기존 피드 중심의 SNS에 부분적으로 스냅챗 형태의 UI 패턴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다. 이제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주요 SNS 플랫폼의 기본 기능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한 다음 UI 트렌드가 열리게 된다. 모바일 성능이 발전하면서 비디오 콘텐츠의 시대가 열린다. 숏폼(Short Form)[4] 플랫폼부터 라이브 방송 및 커머스까지 대세로 자리 잡는다. 짧은 립싱크 비디오 앱의 대명사 뮤지컬리(Musical.ly)를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인수하면서 틱톡(TikTok)과 통합돼 글로벌 제패를 하게 된다. 인스타그램도 릴스(Reels)를 통해 대세에 합류한다.
이들 SNS는 물론이고 라이브 방송이나 라이브 커머스 앱 UI 대부분이 거의 유사한 UI 패턴을 띄게 된다. 종래의 피드 방식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모습이다. 마냥 유행이라고 치부하기엔 유사 앱을 만들 때 이러한 트렌드를 무시해서는 곤란해진다.
제이콥의 법칙
이러한 트렌드가 왜 중요할까? 상황이 이렇게 되면 유사한 UI 패턴을 띄지 않으면 사용자가 낯설게 느끼고 심할 경우 묘한 거부감마저 들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앱의 차별성을 위해 기존의 패턴과 다르게 새로운 UI를 만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창의적인 접근이긴 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때론 공급자 중심적인 생각일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라면 이런저런 학습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지적 비용으로 작용한다. 서비스 기획자가 아니고서는 새로운 UI의 등장은 반길 만한 일이 그다지 아닌 것이다. 일반적인 사용자는 이미 익숙해진 패턴에 입각해서 새로운 서비스에도 금방 적응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면 유사성 (출처: https://www.businessinsider.com/instagram-vs-snapchat-which-is-the-better-app-2017-7)
이를 NN/g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은 본인의 이름을 따서 제이콥의 법칙(Jacob’s Law)이라 불렀다. 이 법칙은 UI, UX 디자이너가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나도 주니어 시절에는 멋있고 쿨한 그런 UI나 구조를 설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사용자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게 더 컸던 것 같다.
결국 여러 가지 이유에서 현업에서는 벤치마킹이 정말 빈번하다. 이것이 서로 베끼는 것이냐 참고하는 것이냐 아니면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참 아 다르고 어 다른 측면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때론 표절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표절을 해서는 안되지만 많은 서비스가 채택하는 패턴에 가까운 UI일 경우 제이콥의 법칙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세를 따르면 되는 것인가? 다시 스냅챗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스냅챗은 당시의 대세 UI를 전혀 따르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의 패턴을 무시했다. 버튼을 최대한 숨겨 제스처 기반으로 화면 전환을 하게끔 한 것은 UI 상식인 어포던스(affordance)[5] 측면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는 포인트다. 하지만 모바일이라는 손 안의 작은 스크린이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파괴적인 UI 시도는 이미 알게 모르게 계속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암묵적으로 이러한 흐름이 쿨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게 할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스냅챗은 UI 뿐만 아니라 사용자끼리 주고받은 사진과 동영상이 곧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핵심으로 선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역행적인 면모가 기존 SNS에 고리타분함을 느낀 10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면서 끝내 대세 UI의 위상을 얻은 결과이다.
최종 사용자의 만족감에 기여하자
이때 UXer라면 보다 근본적으로 이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스냅챗은 당시 기준으로 제이콥의 법칙에는 위배되었지만 이제는 익숙한 UI 패턴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염원했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예상하고 했다고 보긴 어렵다. 결과적으로 통념에 반하는 UI도 사용자층을 얻고 익숙함이 더해지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호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사용성이 별로 좋지 않은 UI 일지라도 서비스 자체가 인기를 끌거나 호응을 얻게 되면 그 자체도 일부로 간주해 만족감에 일조할 수 있다. 반대로 교과서적으로 문제없는 UI를 설계해 냈다고 하더라도 사용 기반이 미미하거나 여타의 이유로 총체적인 UX는 기대 이하가 될 수도 있다. 익숙해진 것과 편리한 것은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당연한 진술 같아도 실제 업무를 하다 보면 사람마다 가치관의 충돌이 일어나곤 한다. 때론 전체를 위해 부분이 다소 희생될 수도 있다. 무조건 사용성이 중요하다고 고지식하게 주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UI 패턴에 대한 퀴즈 형식의 O, X 포스트 등을 볼 수 있는데,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맞다고 이해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UX에 있어서는 결코 정답이란 없다.
그러니 교과서적으로 사용성 무결점 UI라고 해서 꼭 좋은 UX를 보장하지 않는다. 현업 주니어 UXer라면 이러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특히, 선배나 사수가 없어 홀로 디자인(D)을 해야 한다면 수없이 접한 많은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주로 이용할 사용 고객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있어야 한다.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이 부담스럽다면,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만족감(User Satisfaction)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집중한다면 나 자신과 서비스 모두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 프런트엔드(Front-End): 사용자가 마주 보는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보이는 영역
[2] 백엔드(Back-End): 눈에 보이지 않는 서버에서 작용하는 기술
[3] New-morphism, Glass-morphism, Squircle-morphism 등 접두사만 대체되면서 유행어처럼 만들어지는 추세
[4] 수 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
[5] 행동 유도성 정도로 번역되며, 어떤 형태나 상황이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되게끔 암시하는 속성을 일컫는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