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가 어려운 이유 — 개념의 포괄성

모든 면을 아우른다는 개념의 부담감

모든 게 다 애매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 지가 궁금합니다.

대학원 연구실에서도 배우는 범위가 너무 넓다보니
취업 후 과연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UX가 어려워 보이는 첫 번째 이유는,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고 너무 포괄적이라 쉽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UX란 ‘User Experience’를 축약한 표현이다. 번역해서 ‘사용자 경험’이라고도 한다. ‘사용자(User)‘란 단어도 그렇긴 하지만 특히 ‘경험(Experience)‘이란 표현은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기도 하고 또한 상상하기 나름이다. 그러니 UX라는 개념 또한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와닿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경험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험의 특징: 피크-엔드 법칙과 총체성

경험의 주관성과 맥락성

친구들과 모여 요즘 핫한 레스토랑에 다녀온 후일담을 나누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표면적으로는 동일한 장소를 갔다 왔기에 같은 경험을 한 셈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A는 인테리어도 힙하고 무엇보다 시그니처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또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B는 음식 맛은 쏘쏘지만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의 의자와 집기, 예쁜 조명이 ‘완전 내 스타일’이란다. 친구C는 다 좋은데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아 별로 좋은 인상이 남지 않았다고 하며, 한편 친구D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1 공간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인생샷 하나 건져왔으면 다했다는 주의다.

이렇듯 개인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의 호불호는 얼마든지 갈릴 수 있다. 또 언제 누구랑 갔는지 등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도 같은 장소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 여러 번을 가더라도 매번 다른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경험은 이렇듯 주관적이고 맥락 중심적이다. 바꿔 말하면, 객관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기에 기본적으로 경험을 다룬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피크-엔드 법칙

행동경제학에서는 어떤 경험에 대한 인상이 절정(peak)과 마지막(end) 순간의 평균으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고 한다. 위의 레스토랑에 대한 친구들의 이야기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인상적이고 가중치 높은 낱장의 기억 조각이 전체 레스토랑의 경험 기억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이 경험할 이 절정과 마지막을 완벽하게 의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고객에게 의미 있는 절정의 경험이 때론 음식의 맛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면 어떻게 신경을 써야만 할까? 마지막 경험의 접점 또한 계산대, 화장실, 주차장 등 다양할 수 있다. 고객에게 피크-엔드 순간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막상 이를 어떻게 제어하고 대응해야 할 지 생각보다 고민이 필요하다.

경험의 총체성

경험거리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의 희노애락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지 이렇듯 알 수 없다. 만약 물리적 한계로 이 모든 것을 다 챙길 수 없다 하더라도, 중요하다고 예상되는 경험 요인인데 쉬이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잘 해내고 싶다면 경험의 시작부터 끝까지 샅샅이 보살펴야만 한다. 이것이 곧 경쟁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경험을 누리는 입장에서도 때론 총체적(holistic) 접근을 취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여행지에서 사진도 남기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싶어 동영상 촬영을 하기도 한다. 또 별점, 추천수, 후기 내용, 해시태그 등 다양한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대상의 이모저모를 면밀히 파악하려는 것 모두 동일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의 속성으로 인해 ‘User Experience’라는 개념은 포괄적이면서 전체성(totality)을 띄게 된다.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달라진다. 몇몇 강렬한 기억에 큰 영향을 받기도, 때론 전체를 충실히 조망해 내야만 손에 잡히기도 한다.

UI의 개념의 한계 – 거시적인 대안 개념의 필요성

‘User Experience’는 인지과학자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이하 돈 노먼)이 1993년 애플 컴퓨터에 재직 당시 처음으로 창안한 용어다. 돈 노먼은 새로운 용어를 만든 이유를 묻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컴퓨터 같은 기기의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라는 용어와 개념에서 한계(too narrow)를 느꼈다고 토로한다.2

이 휴먼 인터페이스란, 엄밀히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이하 UI)와 구분하기도 하지만 상호 대체가능한 용어로도 통상 쓰인다. 따라서 설명의 편의상 모두 UI라고 통칭하겠다.

원론적으로 UI란 넓게는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모든 종류의 도구를 두루 일컫는다. 컵과 문 손잡이, 의자, 악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좁은 의미의 UI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각종 기기와 인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일어나는 매개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른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와 같은 입출력 장치는 물론 디지털 기기 화면 상에서 볼 수 있는 가상의 버튼, 설명글, 이미지, 색상, 배열, 애니메이션 효과 등 모든 종류의 시각적 요소까지도 통칭한다. 업계에서는 이렇듯 주로 디지털 기기와 환경에 국한해서 UI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에 특별한 단서가 없다면 좁은 의미로 소통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렇다면 이런 UI에 대해서 돈 노먼은 어떤 한계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20세기 후반은 컴퓨터가 대중화, 개인화 되는 시기였다. 초창기 컴퓨터는 지금과 다르게 정해진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조작해야 했다. 즉, 명령어를 모르면 다룰 수 없었기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 이후 마우스와 더불어 직관적으로 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하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GUI(Graphical User Interface) 방식이 고안되었다. 컴퓨터의 사용편의성(Usability, 사용성) 향상이 대중화를 이끌던 UI, 인터페이스의 시대였다.

컴퓨터 대중화로 일반 사람들이 기기를 직접 대하게 되면서 전문가 영역에만 머물던 기기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컴퓨터는 고가의 제품이라 그랬던 것일까? 제품에 대한 만족감은 단지 컴퓨터 그 자체의 UI, 성능, 디자인d, 만듦새, 가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놀랍게도 제품을 직접 사용하지도 않는 전후 과정에서도 제품 만족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만연함을 알게 된다. 경우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이것이 중요한 문제(critical issue)가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UI와 사용자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이 다소 협소한 관점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UI의 한계를 초월한 거시적인 새로운 대안 개념의 필요

오늘날에는 제품 자체의 매력적인 외관, 만졌을 때 촉감, 무게감, 그립감, 고급감, 내구성 등은 물론 인테리어와의 조화, 환불 시스템, 품질 보증 및 A/S 기간, 브랜드 인지도와 파워, 심지어 리셀(resell) 가치 등 사후 서비스나 그 외적인 경험 요인들까지 그 스펙트럼 또한 굉장히 넓어지게 되었다. 바야흐로 UX, 사용자 경험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 유엑스: UX를 세상에 소개합니다

이후 1995년 돈 노먼과 동료 2명은 CHI 학회3에 학술발표자료(proceeding)를 통해 새로운 용어로써 ‘User Experience’를 정식으로 발표한다.4 아마 학생과 현업 종사자들을 막론하고 UXer 중에서도 이 자료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이 태반일 것이다.

돈 노먼과 동료 2명이 CHI 학회에 제출한 학술발표자료에 처음 등장하는 User Experience 개념
돈 노먼과 동료 2명이 CHI 학회에 제출한 학술발표자료에 처음 등장하는 ‘User Experience’ 개념

어떻게 보면 UX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인간공학(Human Factors/Ergonomics)이라든가 HCD(Human-Centered Design)혹은 UCD(User-Centered Design) 등 인간과 사용자를 중심에 두자는 디자인D 철학이나 흐름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돈 노먼이 생각하기에는 인간과 사용자 중심적인 이런 표현 조차도 맹점이 있다고 여긴 모양이다. 왜냐하면 경험의 총체성을 생각하면 고려해야 하는 변수는 사용자 주변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매우 광범위한 시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괄성이 용어에서부터 잘 표현되길 바랬던 것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애플에서 휴먼 인터페이스 연구와 응용 프로그램의 몇 가지 중요한 측면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차라리 '사용자 경험'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we cover some of the critical aspects of human interface research and application at Apple or, as we prefer to call it the "User Experience")

이를 위해 돈 노먼은 ‘Interface’라는 국한된 대상을 떠올리는 단어를 대신해서 훨씬 포괄적인 개념인 ‘Experience’라는 단어를 끌어온 것이다. 실제로 돈 노먼은 ‘User Interface Architect’라는 애플에서의 본인 직함을 ‘User Experience Architect’라고 바꾸기까지 했으며, 이를 계기로 용어가 점차 알려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지금까지 UX라는 용어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았다. 미루어 짐작하기에 그의 의도는 애플 내부는 물론 외부에까지 그의 생각이 전파되기를 원했던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관점이 지닌 한계를 타파하고 폭넓은 사고와 유연한 대처가 필요함을 ‘User Experience’라는 용어를 통해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UX는 모든 것!: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을 아우르다

이렇게 사용자와 그 주변 전반에 걸쳐 제품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하나둘 예외없이 담고 또 담다보면 끝내 ‘모든 것’으로 귀결되기 마련일 것이다. 돈 노먼은 이후 사용성 전문가로 유명한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과 더불어 UX 전문 컨설팅 회사인 닐슨 노먼 그룹(Nielsen Norman Group, 이하 NN/g)을 창립하여 현재까지도 활동 중이다. NN/g에서는 다음과 같이 UX 개념을 공식적으로 요약 정리하고 있다. 실제로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을 아우른다는 표현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User Experience는 회사, 회사의 서비스 및 제품과 인터랙션하는 최종 사용자의 모든 면을 아우릅니다. 
(User experience encompasses all aspects of the end-user's interaction with the company, its services, and its products.)

우리는 ‘User Experience’에 대한 돈 노먼의 비교적 최근(2016년) 생각을 다음의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다.

그는 용어의 창안자로서 ‘User Experience’라는 개념이 오남용 되는 실상을 안타까워한다. 오죽했으면 이를 바로 잡고자 ‘User Experience’는 ‘모든 것(No, it’s everything)‘임을 수차례 강조한다.5 그는 다른 강의에서도 그렇고 UX 보다는 고지식할 정도로 ‘User Experience’라고 표현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때론 창안자로서 ‘User Experience’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수호하려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UX는 태생적으로 포괄적인 개념으로 발생하였다. 사용자의 대상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 인상, 감정 등 모든 경험을 아우른다. 그러니 처음 접했을 때 막연한 듯 어려워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제 이렇게 포괄적인 개념이 실제 현실과 현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자.

원론적인 UI와 UX 포함 관계도

  1. 인스타그램(instagram)에 ‘할 수 있는(-able)” 어미가 결합된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 한’ 정도의 매력적이고 트렌디한 것 ↩︎
  2. Peter Merholz: Peter in Conversation with Don Norman About UX & Innovation, Adaptive Path, 2007. “I invented the term because I thought human interface and usability were too narrow. I wanted to cover all aspects of the person’s experience with the system including industrial design graphics, the interface, the physical interaction and the manual.”
    ↩︎
  3. UX,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 ↩︎
  4. Web Design Museum https://www.webdesignmuseum.org/ ↩︎
  5. 동영상 스크립트 전문:
    “Once upon a time a very long ago, I was at Apple, and you know we said the experience of using these computer is weak. The experience when you first discover it, when you see it in the store, when you buy it, when you oh, can’t fit into the cars in this great big box that doesn’t fit into the car, and when you finally do get it home, opening the box up and ooh it looks scary. I don’t know if I dare put this computer together—all of that is user experience. It’s everything that touches upon your experience with the product. And it may not even be near the product. It may be when you’re telling somebody else about it. That’s what we meant when we devised the term “user experience” and set up what we called the User Experience Architect’s Office at Apple to try to enhance things. Now Apple was already pretty good so we were starting with a good product making it even better. Today that term has been horribly misused. It is used by people to say “I’m a user experience designer, I design websites, so I design apps” and they have no clues to what they’re doing and they think the experience that simple device the website or the app or who knows what. No, it’s everything. It’s the way you experience the world, it’s the way you experience your life, that’s the way you experience the service, or—yeah an app or a computer system—but it’s a system that’s everything. Got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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